티스토리 뷰

blank

blank is my middle name

볼빵 2009. 5. 4. 01:11
영화 <질투는 나의 힘>의 영문 제목은 <Jealousy is My Middle Name>이다. 미니홈피를 잘 쓰지 않기 때문에 이 영화 제목을 패러디해서 jealousy 대신에 blank 를 써서 제목을 달아 두었다. 이것이 이 표현을 쓰게 된 유래.

이 표현이 은근히 마음에 들어서, 이번엔 여기에 달아 보았다. 무작정 궁금해져서, 이 표현이 얼마나 사용되는지 구글에서 검색해보니 내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안나오고 이미지 링크용으로 만들어둔 내 다음 블로그가 나온다. 이미 다른 곳에 활용 중이었으면서 까마득하게 잊어먹고 있었다니, 이 표현은 나에게 선택받고 잊혀진 전력이 있었던 것이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은 고작 4건 검색되었다. 좋아. 유니크한게 마음에 쏙 들어. 한국에선 나 뿐이야.

그나저나 '공백은 나의 힘'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사실 나란 인간은 영화 제목 그대로다. 칭찬할 줄 모른다. 남의 재능을 접하면 내 속에선 질투가 고개를 든다. 나라는 사람은 열등감과 자격지심으로 가득해서 남의 재능, 행복, 좋은일 등을 질투한다.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 힘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원동력이 되어주지는 못한다. 가만히 누워 있을 뿐이다. 나란 녀석은 그저 텅빈 껍데기 뿐이다. 공백이다.

이 공백은 유념무상무념무상의 경지를 이르는 말이 아니다. 박제된 동물의 유리눈알 너머로 아무런 생명도 느껴지지 않는 것과 같은 공백이다. 그래서 공백이 힘이라는 말은 모순이다. 영화 제목을 패러디 했지만, 내 의도는 내가 텅 빈 사람 그 자체라고 말하려는데 있다. 제대로 아는 것도 없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다. 생각없이 말하고, 윽박지르며, 대충 넘어가려한다. 다 나 자신이 비어있는 탓이다.

떼블의 링크를 따라 돌다보니 남들의 블로그 링크에 내 블로그 링크는 거의 없었다. 이제 11년 째 개인 홈페이지를 꾸려오고 있지만, 글다운 글은 커녕 사진 한 장이라도 올린건 한참 전이다. 나는 넷상에서도 공백이었다. 공백에 링크를 걸어둘 이유는 없다. 그래서 처음엔 섭섭했지만 이젠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공개적으로 개인적인 글을 넷상에 펼쳐놓는다는 건 모순된 의도가 반영된 행동이다. 사적이고 은밀한 내용을 글로 옮기며 마음을 정리하고, 자신의 문제를 글로 분리시켜 놓을 수도 있다. 그런데 왜 하필 그걸 무차별적으로 공개된 인터넷에 올린단 말인가? 누군가가 말없이 공감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은 아닐까? 굳이 댓글이 달리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내가 쓴 글을 읽어주었다는 고마움과 안도감.

그러나 블로그는 전체 방문자 통계만 나오지만, 게시판 형태의 홈페이지에서는 글마다 조회수가 남는다. 그래서 글의 조회수가 0에 가까우면 마치 내 블로그 링크가 다른 사람의 블로그에 없는걸 알고 느낀 섭섭함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어쩌면 블로그가 게시판보다 나은 점은 게시물마다 조회수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아닐까. 그러나 0에 가까운 조회수가 한 없이 부러운 사람들도 있을 거다. 셀레브리티들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회수가 0 이어도, 댓글이 없어도 오히려 고마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러내고 공감받고 싶은 욕망이 있으니 모순이다.

글이 자꾸 길어진다. 별 내용도 없는 텅 빈 글인데. 그래도 이런 글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내게 힘이 되어 줄 거라고 희망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