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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4.01 만우절 조까를로스 2

만우절 조까를로스

1992년 4월 1일 수요일, 아직 어두컴컴한 아침에, 당시 국민학교 4학년 아이는 전화 벨소리에 잠을 깬다. 전화를 받자 수화기에서는 난데없이 어머니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아빠가 새벽기도를 가다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했으니 혼자 준비해서 학교에 가야 한단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고, 아이는 정신없이 등교길에 오른다. 날벼락 같은 상황에 구체적인 정보도 없이 떨리는 마음으로 교내에 들어선 아이는, 같은 반 친구를 발견했다.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하셨대. 뭐가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어."


친구에게 위로를 받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답답한 마음을 털어 놓았다. 그러나 이 얘기를 들은 친구는 놀리는 표정을 짓더니


"만우절~!"


이라고 소리치며 혀를 빼물곤 달아나 버렸다. 그날 아이의 말을 듣자마자 믿어준 사람은 아이의 담임 선생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아이의 아버지는 목숨을 건졌지만, 한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그리고 아이는 22년이 지난 뒤에도 만우절에는 1992년의 어느 아침을 떠올리며 서늘함을 느끼게 되었다. 만우절이라고 되도 않는 말을 내뱉는 사람들에게 분이 치밀기도 한다. 사실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아이는 어딘가가 고장나버렸다. 왜 하필 그날이 4월 1일이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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