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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기억하기로는 90년대 초중반 부터 '섹시하다'는 표현이 매스컴에서 뇌쇄적 매력이 있는 여성에게 붙이는 수식어로 부상했다. 전에는 여성에게 성적 수치심을 불러 일으키는 용어였지만 - 지금도 권력관계가 대입된 상황에서는 마찬가지 - 가장 핫한 연예인에게 붙이는 최고의 찬사로 변했다.
'섹시하다'가 처음 등장했을 땐 단어 자체가 대단히 파격적이었지만, 그 파급력은 IMF 최고의 섹시스타 이효리, 하리수와 함께 패션 유행처럼 얼마안가 힘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섹시하다'는 더이상 '섹시'하지 않다.
요즘엔 위 문장 후자의 '섹시'와 같은 용례가 더 적절하게 쓰인다.
물론 여전히 '섹시미' 같은 단어에 사용되기는 하지만, 요새 '섹시'는 '센세이셔널'의 의미로 더 적절하게 쓰이는 듯 하다.
김혜수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1998년 MBC 베스트극장 <지하철 치한에 관한 보고서>.
김혜수가 대학원 석사 논문을 준비하다가 자신의 학교 지하철 직원이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저지르는 것을 목격하고 석사논문으로 <지하철 치한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결말에 '<지하철 치한에 관한 보고서>는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는 김혜수의 나래이션과 함께 단정한 복장에 육감적인 실루엣의 김혜수가 등장하는데, '센세이션' 대신 '섹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였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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