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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샵에서 종종 희한한 물건들을 영접하는데, 꽤 한참 전에 가습기 물통에 넣어두는 유기 오리 조형물을 알게 되었다. 공식 명칭은 닥터 덕클린이다. 당시 정가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적어도 3만원이 넘었던 것 같다. 손가락 만한 금속 오리가 실제 쓸모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있는게 없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가격 때문에 이런것도 있구나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펀샵에서 광고메일 구독자에게만 공개하는 특가 상품으로 저게 나왔다. 꽤 사고싶어져서 장바구니에 바로 넣었는데, 그만 결제를 깜빡했다. 며칠 후 장바구니를 확인하니 구입할 수 없었고, 현재 판매가는 처음 펀샵가 보다는 저렴해진 것 같았지만 여전히 이걸 이 돈 주고? 싶은 가격이었다. 다만 손가락 만한 오리 모양의 유기 조형물의 가격으로 비싸다는 건 아니다. 유기가 원체 비싸기도 하고, 오리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에서 그만한 가격으로 팔릴만 하다. 하지만 그런 가격의 물건을 선뜻 구입하기도 쉽지 않았다. 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아무튼 할인가에 구입하지 못한게 못내 아쉬워 일단 유기로 검색을 해보았다. 유기는 구리에 아연이나 주석 등을 섞어 만들고 덩어리를 두드려 만들거나 틀에 넣어 만들거나 한다. 두드려 만든건 방짜 유기라고 하며 보통 구리 78에 주석 22 정도의 비율이라 한다. 방짜 유기에 항균 효과가 있는 것은 일단 사실로 보인다.

 

그렇다면 굳이 오리 모양 조형물이 아니더라도, 적당한 사이즈의 저렴한 방짜 유기 제품을 가습기 물통에 넣어두면 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최저가로 정렬하여 여기저기 찾아본 결과, 일단은 아기 숟가락이 적당한 가격과 가성비 좋은 표면적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가습기 물통이 투명한데 숟가락이 들어있으면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수저 말고 무엇이 적당할까 생각해보니, 유기 수저받침이 적당하겠다 싶었다. 그래서 '유기 수저받침'으로 검색하니, 세상에. 무려 오리모양 수저받침을 한쌍으로 파는데 펀샵의 반값도 안한다. 후기 사진을 보니 펀샵 물건보다 꽤 조악한 마감이긴 하지만 그래도 반값에 두 마리나 가능하다니 놀랠 노짜. 받고보니 사진만 두개고 하나만 왔다. 그래도 많이 싸다.

 

더 찾아보니 펀샵 것에 비견할만한 마감의 것도 같은 값이면 한 쌍을 주었다. 그러니까 얼마 전에 장바구니에 넣었다 못산 것도 실제로는 싸게 사는게 아니었다는 것.

 

펀샵에서 흥미로운 제품을 접하면 최저가 검색해서 다른 곳에서 구입하곤 하는데 - 그 다른 곳의 판매자가 펀샵 본사인 경우도 종종 있다 - - 물론 다른 곳에서 안팔면 결국 펀샵에서 구입하게 되지만 - 이번엔 '닥터 덕클린'이라는 이름에 홀려 제품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웃긴게 닥터 덕클린으로만 검색하면 펀샵이 최저가다. 하지만 이 녀석은 본래 태생이 수저받침이었고 가습기 살균용이 아니었던 것을...

 

어쨌든 결론적으로는 펀샵이 오늘도 내 주머니를 터는데 성공했다. 그 돈을 지들이 못가져가서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