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같은 개꿈
#2. 출신 초등학교 교복을 입고 초등학교 정문 안쪽에 서있다. 원래는 정문을 지나면 바로 언덕 진입로가 나오는데 그냥 바로 운동장만하고 세로로 긴 공터가 나 있다.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국민학교 시절로 돌아간 꿈인가? 그런데 이상하다. 다들 덩치가 산만하다.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한참 지난듯한 녀석들이 밝은 얼굴로 덩치에 안맞는 교복을 입고 까불고 있다. 졸업 당시 6학년 뿐만 아니라 5, 4, 3학년 명찰을 단 사람들도 잔뜩이다. 성인이 된 녀석들이 무슨 일로 출신 초등학교에 코스프레하듯 예전 교복을 입고 모여있는 것일까?
갑자기 아이들 틈으로 예전 선생님 한명이 나타나더니 줄을 세운다. 다들 학년별 4열 횡대 정도로 길게 줄을 세웠다. 그렇게 대충 서고 보니 어릴적 나보다 한참 키가 작던 친구들이 많이들 키가 컸다. 전체 남학생 대략 75명 중 뒤에서 5번째는 되었는데 이제는 상위 30%에 걸칠까 말까 한다.
선생님이 세워준 대열은 처음에는 질서정연했지만 다시 엉망이 된다. 아이들은 끼리끼리 모이고 멀찌감치 뒤에 몰려서 잡담을 나눈다. 나는 이 광경이 즐거워 가방을 뒤져 카메라를 꺼냈다. 굉장히 익숙한 카메라라고 생각했는데 꿈에서 깬 이제와서 보니 오파츠에 가까운 물건이다. 신용카드에 버튼이 달려 있는 모양의 디카였다. 화질은 vga 수준이 아닐까 싶지만 지금까지 본적이 없는 그런 녀석을 들고 아이들을 찍는다. 찍다 말고 화질이 아쉬워서인지 다시 가방을 뒤져 지금 사용중인 미러리스 디카를 찾았다. 그런데 검은 벽돌같은 플라스틱 몸체의 디카가 하나 튀어나온다. 디카 바닥에는 canon is 250 이라고 적혀 있다. 이런 모양에 이런 이름을 가진 디카는 없다. 2016년 현시대에는 더더욱. 꿈을 꾸고 있는 현재는 내가 잠들어 있는 현재보다 과거인 모양이다. 대략 2003년 무렵 정도 되는 걸까? 디카에는 LCD 화면이 없고 뷰파인더만 있는데 꼴에 줌도 된다. 그런데 줌버튼과 셔터 버튼이 너무 가까워서 셔터를 누르려다 줌이 작동하여 초점이 안맞고 그런다. af도 엄청 느리다. 캐논이라 그런가? 그걸로 사진 몇장 찍다가 아이들 틈에 서있는 나 자신을 찍기 위해 사진을 머리 위로 쳐 들고 셀카를 한장 박아본다.
정문 쪽에서 교장수녀님이 오시더니 아이들을 향해 환히 웃으며 뭐라뭐라 얘기를 하곤 사라졌다. 저사람이 아직도 교장인가 싶었다. 아이들 줄을 세워준 선생님이 가르친 과목이나 그분 성함은 모르겠는데 수녀님 이름은 알겠다. ㅇㅇㄱㄷ 수녀님이다. 실제로 지금도 교장수녀님이다. 헐.
아이들 대열 너머로 단상이 있다. 아이들은 정문 안쪽 공터에서 정문을 바라보고 서있고 단상은 정문 우측에 사선으로 서있다. 그 위에 스탠딩 마이크가 너댓개 설치되어 있다. 사회자로 보이는 사람이 멀끔한 옷을 입고 올라서더니 누군가를 호명하고 상장을 준다. 그리고는 이번엔 나를 호명하고 상장을 준다. 상장에는 '공무원800'이라는 제목이 박혀 있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상이야' 하며 단상을 내려오니 등 뒤에서 사회자가 아이들에게 외쳤다. "국민학교 생활을 즐기세요!" 이게 왠 개소린가. 졸업한지가 언제인데. 대략 초등학교 교복 코스프레를 한 학년 통합 단체 동창회 같은건줄 알았는데 대체 이게 뭐지?
사실 아까부터 꿈이란걸 알고 있었지만 이젠 더이상 참을 수 없어서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야!" "야 이 개새끼들아!" "장난하냐!" 목이 쉬어 버릴 정도로 소리를 지르고 주위를 둘러 보니 애들 코스프레(?)가 뭔가 엉성하다. 상의는 그시절 교복인데 하의는 대충 아무거나 입고 있다. 그걸 깨닫자 아이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하지만 그걸 의식하지는 못하였다. 아이들 틈으로 낯익은 여자애들이 보인다. 그런데 초등학교 교복이 아니다. "니넨 중학교 교복이잖아!" 그네들은 엉덩방아를 찧으며 나를 비웃는냥 환하게 웃으며 사라진다.
개똥 씹은 마음으로 정문을 나서 집으로 걸어간다. 사립학교라 그런가 학교 담장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회양목에도 처음보는 꽃이 피어 있고 사이사이 꽃나무들도 있고 가지만 남은 개나리 같은 것들이 인도까지 넘어와서 집에 가는 길을 방해하고 눈을 찌른다.
더이상 꿈을 꿀 기운이 없어서 눈을 떴다.
#1. 먼저 꾼 꿈이라 이제 기억이 가물가물함.
대학교 오기 전에 다니던 교회가 확장이전하기 전 건물 본당같다. 거기 있다가 처음보는 넓은 지하실 같은 예배당에 왔다. 그런데 알고보니 여기는 성당이다. 성당 건물인데 개신교인들이 잔뜩모여 예배도 드리고 앞에 나가 특송하듯이 찬송가도 부른다. 일반적인 찬송가 책인거 같은데 함께 부른 곡은 4쪽은 되어보이는 대작이다. 사실은 2쪽짜리여서 찬송가를 펴들면 장을 넘길 필요는 없지만 앞쪽엔 1, 2절이 있고 뒤쪽은 전부 후렴인데 여기에 도돌이표가 이중으로 들어가 있다. 이걸 목청껏 부른것 같다. 그런데 여긴 원래 성당이다. 수녀님 한분이 적당히 하라는 듯 눈치를 준다. 대충 이러고 다음 꿈으로 넘어간거 같다.
군대 다시 가는 꿈을 꾸는게 이런 기분인가 싶을 정도로 기분이 더럽다. 추워서인지 기분이 나빠서인지 몸을 덜덜 떤거 같다. 고작 개꿈하나 꾸고 호들갑 떠는거 같기도 하다.